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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의 학자 이직(李稷)의 시집. 4권 1책. 목판본. 1618년(광해군 10) 7대손 흥인(興仁)이 간행하고, 뒤에 후손 응협(應協)이 중간하였는데, 초간본을 개보(改補)하는 방식이었으며, 현재 전하는 것에는 필사로 보충한 부분도 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권두에 김종직(金宗直)의 서문이 있고, 294수의 시가 실려 있다. 시형(詩型)은 각체가 갖추어져 있는데, 칠언절구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오언율시·칠언율시의 순이다. 이는 조선시대 문인들의 일반적인 시체(詩體) 선택의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직의 서문에 따르면, 이 밖에도 시 2수와 잡저 3편이 더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작자의 시는 당대 유학자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서정성과 윤리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출처에 따른 인의예지의 정신과 자연교감 사상이 그것이다. 김종직이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궁이후공(窮而後工)’의 전통적인 시관(詩觀)과 ‘달이공어시(達而工於詩)’의 변증법적 통합은 문학담당계층이면서 동시에 정치를 담당한 당대 유학자들의 지상과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氣)가 가득 차고 뜻을 얻은 말과 생각이 뛰어난 사람은 높은 벼슬에 오를 뿐만 아니라, 시에서도 자연스럽게 쏟아져 숨길 수 없게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시 가운데 산간에 묻혀 아무 거리낌없이 소요하며 일종의 도선적 경지(道仙的境地)에서 자연과 인생의 교합을 노래한 「침촌즉사(砧村卽事)」와 같은 시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조선 초기 유학자의 문학관과 의식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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